Sonu Jung

MLP와 카노모델

2010년대 초 스티븐 블랭크와 에릭 리스에 의해 널리 퍼진 MVP(Minimum Viable Product)는 최소한의 리스크로 시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접근법이었다.

하지만 들불처럼 번진 린스타트업의 유행 속에서 이 개념이 오용되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들이 MVP의 본래 취지와 달리 저품질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핑계로 사용하면서, 시장에는 조악한 제품들이 양산되었다.

물론 Y Combinator 같은 곳에서는 이미 ‘소수가 사랑하는 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현실에서는 MVP라는 이름하에 사용자 경험을 도외시한 제품들이 넘쳐났다.

이에 실리콘밸리 메이커들 사이에 회의감이 생기던 중, Aha!의 창업자 브라이언 드 하프가 2013년 자신의 저서 『Lovability』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MLP(Minimum Lovable Product)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

사실 당시에는 또 다른 버즈워드의 등장 정도로 여겨졌지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맞물리며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MLP는 단순히 작동하는 제품이 아닌, 사용자가 진정으로 사랑할 만한 제품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과연 ‘사랑받을 만한’ 수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틀이 바로 카노 모델이다. 널리 알려진 제품의 품질 평가 모델인 카노 모델은 제품의 품질을 기본, 핵심, 매력 요소로 분류한다.

기본(Must-be)품질은 자동차의 브레이크처럼 없으면 큰 불만을 유발하지만 있어도 만족을 크게 높이지 않는 요소다.

핵심(One-dimensional)품질은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처럼 제공 수준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비례적으로 올라가는 요소다.

매력(Attractive)품질은 고객이 예상하지 못했는데 제공되면 만족도가 크게 올라가는 요소로, 경쟁사와의 차별화와 고객 충성도 형성의 핵심이다.

초점이 Lovable이란 경험의 품질에 맞춰진 만큼 제품 내 Wow Moment를 제공하는 것이 MLP에선 중요하다. 즉, 카노 모델에서 매력 요소를 통해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카노 모델의 품질 기준이 시장에 형성된 소비자의 기대 수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매력적이던 기능이 시간이 지나면 성능 품질이나 기본 품질로 이동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아이폰 출시 당시엔 혁신적인 매력 요소였지만, 지금은 당연한 기본 요소가 되었다.

따라서 MLP는 경험의 만족을 기준으로 하기에 ‘Minimum’의 정도를 결정할 때 시장의 기대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 기대치가 높은 시장에서는 상당한 투자 없이는 매력 요소를 달성하기 어렵다.

반면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이나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에서는 적은 노력으로도 사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결국 MLP에서 ‘최소’라는 것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해당 시장이 정하는 상대적 개념인 셈이다.

오랜만에 MLP란 키워드로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어서, 공유차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