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u Jung

기술이 나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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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컴퓨터의 발명 이래 수많은 기술 변화가 인간의 삶을 바꿔왔지만, 현재의 급격한 AI 기술 발전만큼 인간 존재 의의 자체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기술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IT 영역에 머무르던 AI 기술이 인간 생활 전반에 스며들 것이라는 확신을, 인류 레벨에서 하기 시작한 단계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과 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기술도 ‘시장’으로 정의되는 순간, 인간의 욕망이 뒤엉켜들며 인간의 보폭을 아득히 넘어서는 돈의 경주가 시작된다.

A16Z의 마크 앤드리슨이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고 말할 때 까지, 그는 나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이를 크립토 버전으로 바꿔 말할 때의 그는, 더 이상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에릭 슈미트의 “로켓에 탑승하라”는 그 유명한 문구도 이제는 모든 기회주의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말로 바뀌어 그 의미를 상실해버린 것이 아쉽다.

돈의 경주가 과열되어 그 속도가 실존하는 발전의 속도를 아득히 초월할 때, 그 흐름에 편승하려는 욕망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버블의 위험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들을 아주 작은 계기 하나로 무너뜨려 정당한 가치 발현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메이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AI는 우리를 두근거리게 하는 변화다.

체감 임팩트는 최소한, 스마트폰이 등장해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와 비견될 만하다.

AI가 우리가 하는 일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은 결코 위협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분명히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술이 사람들에게 선물해야 할 것은 무력감이 아닌, 발전과 변화다.

기술을 다루는 메이커들이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공공선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따라올 수 있는 층계를 잘 제공해낸다면 기술은 그 가치를 온전히 쌓아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회주의자들이다.